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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유지관리자 제도의 태동 — “유예였지, 영구가 아니었다”
2020년 4월, 기계설비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시설관리 업계는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경험만으로 설비를 관리하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법적으로 ‘유지관리자 자격자’ 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하지만 법 시행 당시 이미 수많은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자격증 따오라니요?”
이런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임시유지관리자 제도’입니다.
즉, 제도 초기에 혼란을 막기 위해 경력자를 한시적으로 인정해주는 과도기적 완충 장치였죠.
문제는 지금입니다.
2026년 4월이면 유예기간이 끝납니다.
그런데 여전히 수많은 시설이 임시유지관리자 체계로 운영되고 있고,
정규 자격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무자격자의 등급 체계, 그리고 불합리한 현실
임시유지관리자는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자는 맞습니다.
하지만 ‘자격기준’으로 본다면, 전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즉, 법적으로 한시적 인정,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체계죠.
| 구분 | 자격기준 | 업무 범위 | 검증 방식 | 한계점 |
|---|---|---|---|---|
| 무자격 임시유지관리자 | 경력 3년 이상 (법 시행 이전 근무자) | 유지관리 기본 점검 가능 | 서류 경력 인정 | 성능진단·기계해석 불가 |
| 정규 자격 유지관리자 | 기사·산업기사 등 자격 보유 + 실무경력 | 성능점검·진단·관리계획 수립 가능 | 자격시험·교육 이수 | 전문성 검증 완료 |
| 특급·고급 유지관리자 | 기사 이상 + 5~10년 실무경력 | 대형건축물 종합 설비관리 | 법정교육 및 평가필 | 정책·감독 가능 수준 |
무자격 등급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설비의 상태를 “눈으로는 볼 수 있지만, 데이터로는 해석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게 바로 현장의 위험 포인트죠.
“기계성능점검은 감이 아니라 과학이다”
시설관리의 본질은 ‘청소’가 아니라 ‘성능 유지’입니다.
기계설비법에서도 명시되어 있듯이, 유지관리자는 주기적으로
- 기계설비의 운전상태
- 에너지 효율
- 냉난방 및 급배수 성능
- 소음·진동·배기 상태
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야 합니다.
이건 감각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공기조화기 풍량계, 열화상카메라, 유량계, 압력계 등
계측기 데이터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이런 차이입니다.
| 구분 | 무자격자 점검 방식 | 자격자 점검 방식 |
|---|---|---|
| 냉동기 점검 | “냉방이 약하네요, 냉매가 부족한 듯해요.” | 냉매압력·과열도·응축온도 데이터를 기준으로 냉매 과다충전 여부 진단 |
| 펌프 점검 | “소리 좀 나네요, 윤활유 넣을까요?” | 베어링 소음 분석, 진동값 확인 후 정비계획 수립 |
| 급기덕트 점검 | “먼지 많네요, 청소합시다.” | 풍량불균형 원인 분석, 정압 손실 계산 후 보정 제안 |
결국 ‘자격’은 단순히 시험 통과의 의미가 아니라,
데이터를 언어로 읽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무자격자의 점검이 부르는 실제 사고들
실제 현장에서는 무자격자 관리로 인해
에너지 손실, 사고, 설비 고장 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 냉동기 냉매 과충전으로 압력상승 → 압축기 파손
- 팽창탱크 수위 미확인으로 보일러 폭발
- 환기팬 역회전으로 CO 농도 상승
- 펌프 진동 방치로 베어링 손상 및 누수 발생
이런 사고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몰라서 못 막았다.”
즉, 경험은 있었지만 원리를 몰랐다는 겁니다.
현장 베테랑의 말, “이젠 감으로만 하면 안 돼”
저는 15년째 시설관리를 하면서 수많은 설비를 다뤘습니다.
예전엔 “이 소리면 냉매다, 저 소리면 밸브다” 감으로 했죠.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법적 점검기준이 생기고, 데이터 기반 관리가 요구됩니다.
기계성능점검표에 적힌 유량, 정압, 온도, 소음 등
이걸 분석하려면 공식과 계산이 필요해요.
결국 자격증 공부가 실무로 연결되는 시대가 온 거예요.
이게 자격이 필요한 진짜 이유입니다.
자격자 등급제 — 이제는 실무와 연결되어야 한다
정부는 등급조정제도를 통해
임시유지관리자 → 정규자격 전환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공정할까요?
| 등급 | 필요 자격 | 주요 역할 | 검증 방식 |
|---|---|---|---|
| 특급 유지관리자 | 기계설비기술사·기사 + 10년 이상 | 복합건물·병원·대형빌딩 총괄관리 | 고급교육 + 실무평가 |
| 고급 유지관리자 | 기사 또는 산업기사 + 5년 | 중대형 건물 성능관리 | 이수교육 + 실적평가 |
| 중급 유지관리자 | 산업기사 또는 기능사 + 3년 | 일반 건물 기계실 관리 | 정기교육 + 보고서 |
| 초급 유지관리자(보조) | 기능사 또는 교육이수 | 보조 점검, 기록관리 | 실무참여 인증 |
| 임시유지관리자 | 경력만 인정 | 단순 점검, 시설보조 | 서류 확인(유예기간 한정) |
위 표를 보면 명확하죠.
임시유지관리자는 어디까지나 ‘보조급’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규자격자와 같은 위치로 근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건 제도 취지가 완전히 어긋난 겁니다.
자격 없는 관리, 결국 비용 손실로 돌아온다
많은 관리주체들이 말합니다.
“무자격자도 일 잘하던데요?”
맞습니다. 일은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의 품질’**이에요.
냉동기의 COP(성능계수)가 10%만 떨어져도,
1년에 추가 전기요금만 수백만 원이 발생합니다.
그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 제안을 하는 건
무자격자가 아니라 전문 자격자입니다.
즉, 자격자의 존재는 비용을 절감하고, 설비수명을 늘리는 투자입니다.
제도적 개선의 방향 — “경력 존중, 자격은 필수”
지금의 등급조정 논의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안 됩니다.
자격 없는 사람에게 정규등급을 주는 건
시험의 의미를 지우는 일이자,
기계설비 안전체계를 흔드는 일입니다.
제도의 핵심은 형평성 + 전문성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죠.
| 구분 | 현행 문제점 | 개선 방향 |
|---|---|---|
| 임시유지관리자 정규화 | 자격 없는 인원 대량 전환 우려 | 자격교육·평가 후 단계적 전환 |
| 경력 위주 등급 | 서류상 경력 과다 기재 문제 | 경력검증 + 기술평가 병행 |
| 점검기록 부실 | 형식적 서류 작성 | 실측 데이터 기반 성능관리로 전환 |
| 교육 미흡 | 민간교육만 존재 | 국가공인 실무교육 체계 필요 |
현장의 목소리 — “이제 진짜 자격이 필요한 시대다”
건물 하나 관리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단순히 ‘시설관리인’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냉동, 보일러, 펌프, 환기, 전기, 위생설비까지
모든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에게
자격이 없다면, 그건 단순히 ‘일꾼’일 뿐입니다.
시설관리는 이제 기술직이고,
기술직엔 검증된 자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론 — 임시는 끝나야 한다
임시유지관리자 제도는 과도기에는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전과 효율의 시대입니다.
현장은 더 이상 감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데이터, 법적 기준, 자격 — 이 세 가지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제도도 현실을 따라가야 합니다.
무자격자도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기회를 열어주되,
최종 자격 전환은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그게 공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기계설비 관리의 기준입니다.
“감으로 돌리던 펌프, 이제는 수치로 관리해야 할 때입니다.”
임시의 시대는 끝나가고, 전문 자격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기계설비의 성능은 결국 사람의 실력에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실력의 이름은, 바로 자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