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기사 과정평가형? 연봉을 무너뜨리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1. 전기산업기사 과정평가형, 정말 괜찮을까?

전기산업기사 과정평가형이라는 제도, 들으면 참 그럴듯합니다. 시험 부담 줄이고,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평가만 통과하면 자격증 취득!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게 혁신이지’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전기 분야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기자격증은 단순히 자격증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선임이 가능하냐, 시설 유지가 가능하냐, 그리고 연봉 협상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이 자격 하나에 달려 있으니까요.

처음엔 모두가 ‘합리적인 변화’라고 박수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제도가 만들어낼 결과는 분명합니다. 자격증의 보편화, 공급의 과잉, 그리고 전기안전관리자 연봉의 하향 평준화.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장은 반응합니다.

2. 전기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선임제도로 굴러간다

전기 분야는 다른 기술직과 구조가 다릅니다. 자격증을 따서 스펙에 쓰는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해당 자격을 가진 사람을 선임해야 하는 법적 제도가 존재하죠. 이를 ‘선임제도’라고 부릅니다. 즉,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해당 시설을 관리하거나 점검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기업은 전기자격자를 고용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선임제도의 특성상, 자격자가 희소할수록 기업은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합니다. 역으로, 자격자가 많아지면? 기업은 선택지가 넓어지고, 연봉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정평가형이 문제라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이 제도가 공급을 급격히 늘릴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3. 공급 과잉은 연봉을 끌어내린다

과정평가형이 도입되면 자격자 수는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검정형은 필기·실기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의 준비가 필요했죠. 하지만 과정평가형은 교육 이수 + 내부·외부 평가로 진행됩니다. 이게 쉬운 건 아니지만, 접근성이 확실히 높아지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 결과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고, 기업은 ‘연봉’이라는 지출 항목에서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자격자 수가 많다는 건 ‘대체 인력이 많다’는 의미니까요. 그 결과는 너무나도 단순하죠.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그대로. 가격은? 떨어집니다.

4. 이건 과정평가형 자격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이겁니다. “검정형 자격과 과정평가형 자격은 기업에서 다르게 볼 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임만 가능하면, 기업은 과정을 따지지 않습니다. 시험을 통과했든, 교육을 수료했든, ‘자격증 유무’만 확인합니다.

즉, 과정평가형이 도입되면 자격자의 총량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검정형 자격자 역시 동일한 영향권 안에 들어갑니다. 누구 하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전기 자격증 전체의 연봉 구조가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5. 연봉은 결국 시장의 계산기에서 결정된다

자격증의 가치는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희소성과 수요의 균형에서 그 값이 매겨지죠. 지금까지는 ‘전기산업기사 자격이 있다’는 것 자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건물 관리, 공장 유지보수, 설비 엔지니어링 등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죠.

하지만 아래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세요.

항목변화 전변화 후
자격자 수제한적폭발적 증가
자격의 희소성높음낮음
기업의 선택권제한적다양함
협상력자격자 우위기업 우위
연봉 수준상승 여지 있음하향 안정화 또는 하락

이 표처럼 단순화해보면 과정평가형 도입 후 어떤 구조가 될지 명확히 보입니다. 자격은 남아도는 시대, 연봉은 그에 맞춰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6. 기업은 싸고 빠른 인력을 원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자격자는 ‘자격이 있고, 연봉이 낮은 인재’입니다. 과정평가형 자격자가 많아지면, 기업은 검정형 자격자를 특별하게 대우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어차피 선임만 되면 되는데 뭐가 달라?” 하는 거죠.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던 실무자들이 이런 말을 종종 합니다.
“자격증 하나만 보고 사람 뽑는 시대는 끝났어.”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됩니다. 자격은 기본, 경력도 기본. 하지만 연봉은 ‘최저’로 시작하라는 구조. 이게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라면… 지금 뭔가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7. 경력자에게 더 가혹한 구조가 온다

전기 현장에서 오랜 시간 일한 베테랑들. 그들은 수많은 불합격을 이겨내고, 실기장에서 땀 흘리며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데 이제 몇 개월 교육만 이수하고 시험 없이 자격을 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들과 같은 선임 자격으로, 같은 연봉으로, 같은 위치에서 출발해야 한다면?

그건 경력자에게 가혹한 구조입니다. 오히려 검정형 자격자의 입지가 더 흔들릴 수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월 400만 원, 이 사람은 300만 원인데 자격은 같네?” 라며 낮은 연봉 제시가 당연해지겠죠. 실력보다 가격이 우선되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8. 실력 검증이 어려운 구조, 안전에도 문제

전기안전관리자는 단순한 기술직이 아닙니다. 설비를 책임지고,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교육 이수 중심의 과정평가형만으로는 현장의 변수를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평가는 정형화된 항목에 한정되니, 실무의 디테일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건 단순히 연봉 문제를 넘어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안전관리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력을 검증하기보다 교육 이수로 자격을 부여한다면, 어느 순간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자격자는 있었는데’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자격의 책임이 점점 가벼워지는 방향, 위험합니다.

9. 자격증은 넘치는데 할 일은 줄어든다

전기산업기사 자격은 많아지는데, 선임 자리는 그대로라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일자리는 줄어듭니다. 결국 구직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연봉은 더 낮아지고, 취업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서는 과정평가형 자격자 중심으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도 더 많아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격증을 딴다고 다가 아닙니다. ‘자격증을 땄는데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정평가형 자격증 도입의 어두운 면입니다.

10. 우리는 지금 제도 설계의 분기점에 서 있다

전기산업기사 과정평가형이 반드시 나쁜 제도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교육 중심의 자격 구조는 분명 장점도 있고, 시대 흐름과도 맞물려 있죠. 문제는, ‘무작정 늘리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는 겁니다. 공급이 많아지면 시장이 흔들립니다. 제도 설계 없이 자격자만 급증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종사자들에게 돌아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신중함입니다. 공급 총량 조절, 실무 중심 평가 강화, 그리고 시장 구조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우리 모두가 ‘자격증은 있는데 할 일은 없고, 연봉은 예전의 반토막’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마무리 한줄 정리
전기산업기사 과정평가형, 자격자만 늘리는 제도라면 연봉도 함께 깎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필요한 건 자격보다 실력, 그리고 자격의 균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