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렌처 설비에 쓰이는 솔레노이드 밸브, 다 같은 게 아닙니다

 

 

설비 담당자라면 꼭 알아야 할 구조 차이

소방 설비 업무를 하다 보면 드렌처(Drencher) 설비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이 바로 솔레노이드 밸브입니다.
“어차피 전기 신호 받아서 여는 거면, 상시닫힘형이든 볼밸브든 다 같은 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다릅니다.

드렌처 설비에서 밸브 하나의 차이가 화재 확산을 막느냐 못 막느냐를 결정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상시닫힘형 솔레노이드 밸브와 솔레노이드 볼밸브는 내부 구조, 작동 속도, 적용 목적까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고 설치하거나 관리해야 합니다.

드렌처 설비에 솔레노이드 밸브가 필요한 이유

드렌처는 일반 스프링클러와 다르게 화재의 확산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합니다.
스프링클러가 공간 내부에서 불을 끄는 용도라면, 드렌처는 외벽 유리창, 출입문, 피난통로 등에서 물의 커튼을 만들어 화염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죠.

이때 드렌처 설비는 항상 대기 상태로 있다가 화재 발생 시에만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밸브는 ‘상시 닫힘’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감지기 – 수신기 – 밸브 – 헤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전기 자극을 받아 즉시 열려야만 드렌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솔레노이드 밸브입니다.

상시닫힘형 솔레노이드 밸브 vs 솔레노이드 볼밸브

표현은 비슷하지만 내부 구조와 작동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둘은 단순히 작동만 전기일 뿐, 밸브의 개폐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 상시닫힘형 솔레노이드 밸브는 밸브 내부에 격막(다이어프램) 또는 피스톤이 있어서,
    전기 자극을 받으면 그 부속이 순식간에 움직이며 물을 개방하는 구조입니다.
    작동 속도가 매우 빠르며, 수압이 높아도 문제 없이 즉시 개방됩니다.
  • 반면 솔레노이드 볼밸브는 내부에 구형의 금속 볼이 들어 있고,
    모터가 그 볼을 회전시켜서 유로를 개방하는 구조입니다.
    회전 기어가 돌아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고, 고압에서는 회전이 느리거나 멈출 수도 있습니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 ‘즉시’와 ‘몇 초 후’는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유리창이 열에 약해져 있을 때 드렌처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면 유리창이 깨지고,
화염이 실내로 번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비교 표로 이해하는 핵심 차이

구분 상시닫힘형 솔레노이드 밸브 솔레노이드 볼밸브
개폐 방식 격막 또는 피스톤 구조 / 전기 즉시 반응 볼(ball)을 모터로 회전
작동 속도 매우 빠름 (0.5초 이내) 느림 (2~5초 이상)
유체 압력 대응 고압 대응 (1MPa 이상) 중저압 전용 (0.3~0.5MPa 권장)
주 용도 대형 드렌처 / 외벽 / 화재 초기 대응 소규모 구역 / 보조 구역 제어
감지기 연동성 감지기–수신기–밸브 연동 필수 일부 제품만 연동 가능
법적 적합성 국내 소방 인증 제품 다수 제품마다 인증 여부 다름
작동 신뢰성 반복 사용 시 안정적 오염, 이물질에 민감할 수 있음

그렇다면 둘 다 드렌처 설비에 써도 되는가?

네. 둘 다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구역의 규모, 수압, 화재 대응 속도에 따라 알맞은 밸브를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벽 전체를 커버하는 대규모 드렌처 구역은
물의 양과 압력, 즉시성이 중요하므로 무조건 상시닫힘 격막형 밸브를 사용해야 합니다.

반대로 기계실 창 하나, 지하 보일러실의 유리창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만 커버하는 드렌처라면
모터로 천천히 열리는 솔레노이드 볼밸브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은
그 볼밸브 제품이 소방용으로 인증받은 제품인지, 감지기와 연동이 가능한 구조인지입니다.

실제 설비 적용 예시

  • 고층 건물 외벽 유리창 전체 드렌처
    – 고압 + 광범위 살수 필요 → 격막형 솔레노이드 밸브 적용
  • 소규모 기계실 유리창 한 면만 보호
    – 저압 + 구역 작음 → 소형 볼밸브도 사용 가능

이처럼 설비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밸브 선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감리와 법적 기준에서 중요한 요소

소방감리, 설계 승인 과정에서는 “밸브의 작동 성능”, “소방 인증 여부”,
“감지기와의 연동 가능성” 등을 엄격히 체크합니다.

따라서 볼밸브를 사용하려면 제품 사양서에 반드시
소방 인증 표시, 감지기 연동 회로 가능 여부, 내압 성능 등이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없다면 아무리 설치가 잘 되어도 감리나 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주 나오는 현장 질문들

Q. 볼밸브가 더 싸고 간단한데 왜 굳이 격막형을 써야 하나요?
→ 격막형은 고압에서도 즉시 반응이 가능하고, 감지기와 연동된 자동 작동이 보장됩니다.
화재 대응에서는 비용보다 속도가 우선입니다.

Q. 감지기 연동 없이 수동으로만 드렌처 쓰면 안 되나요?
→ 법적으로 자동 연동이 의무인 구역이 많습니다. 수동만으로 구성된 드렌처는 불완전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볼밸브도 작동 확인만 되면 되지 않나요?
→ 소방 설비는 작동 여부뿐 아니라 ‘작동 시간’, ‘내구성’, ‘인증 여부’까지 확인되어야 합니다.

결론: 같은 솔레노이드 방식, 다 똑같지 않습니다

드렌처 설비에서 사용하는 솔레노이드 밸브는
‘전기로 열리는 밸브’라는 점만 같을 뿐,
반응 속도, 구조, 법적 적합성, 압력 대응, 신뢰성이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단순히 “전기로 여는 밸브니까 괜찮겠지” 하고 선택하면
화재 발생 시 설비가 작동하지 않거나 지연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드렌처 설비는 생명을 지키는 장치입니다.
밸브 하나도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고, 설비의 특성에 따라 꼭 맞는 밸브를 사용하세요.